Free thoughts
12편의 다큐.
YouJ
2008. 4. 28. 12:50
진실을 좇는 폭주 기관차 <식코>의 마이클 무어
악동인가, 좌파 영웅인가. 혹은 대중의 심리를 꿰뚫는 뛰어난 엔터테이너인가. 작품마다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식코>로 미국 의료 시스템의 부조리를 파헤친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자세는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독설은 줄었고, 통찰력은 늘었다.
* 기사제공_SCREEN M&B / text_신민경
* 구성_네이버 영화
* 구성_네이버 영화
진실을 좇는 폭주 기관차 <식코>의 마이클 무어
지지자와 안티 사이에서
마이클 무어는 세계에서 가장 요란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적어도 보수주의자들이 집권하는 동안, 그가 문제의 땅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사실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오지랖’을 자랑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신문을 만들다 압수당했고, 중학교 때는 크리스마스 연극용 대본을 쓰다가 상연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압수와 금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표현의 자유에 목마른 사람처럼 끊임없이 뭔가를 쓰고 만들었다. <로저와 나>(89)로 데뷔하기 전, 좌파 성향 잡지 <마더 존스>의 편집장 자리에서 5개월 만에 해고된 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마더 존스>에 있던 동료들은 무어를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그를 싫어했다. 그는 현실참여적 진보주의자들을 보수주의자로 몰아갔다.” 마이클 무어를 마뜩치 않게 여기는 이들은 당시의 동료들만이 아니었다. 무어의 주변에는 늘 열혈 지지자들과 맹렬한 안티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논쟁의 불씨는 <볼링 포 콜럼바인>(02)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2003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폭발했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시!” 또박또박 힘주어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린 마이클 무어. 화가 난 보수주의자들은 악의와 저주 섞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정말 힘들었다. 그냥 감사하다는 소감만 밝혔다면, 내 인생은 훨씬 순탄했을지도 모른다.” 명성과 위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마이클 무어는 이렇게 한탄한다. 하지만 이 대담한 혹은 정신 나간 영화감독은 다음 작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부시의 재선을 막겠다”는 명쾌한 목적의식을 갖고 출발한 <화씨 9/11>(04). 배급처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이 다큐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가 환영을 받는 건 모두가 부시를 싫어하기 때문이죠.”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화씨 9/11>의 쾌거는 대단했다. 영화는 흥행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보수 진영은 이 남자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클 무어란 이름은 어느새 골치 아픈 논쟁과 동의어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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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세계에서 가장 요란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적어도 보수주의자들이 집권하는 동안, 그가 문제의 땅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사실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오지랖’을 자랑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신문을 만들다 압수당했고, 중학교 때는 크리스마스 연극용 대본을 쓰다가 상연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압수와 금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표현의 자유에 목마른 사람처럼 끊임없이 뭔가를 쓰고 만들었다. <로저와 나>(89)로 데뷔하기 전, 좌파 성향 잡지 <마더 존스>의 편집장 자리에서 5개월 만에 해고된 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마더 존스>에 있던 동료들은 무어를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그를 싫어했다. 그는 현실참여적 진보주의자들을 보수주의자로 몰아갔다.” 마이클 무어를 마뜩치 않게 여기는 이들은 당시의 동료들만이 아니었다. 무어의 주변에는 늘 열혈 지지자들과 맹렬한 안티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논쟁의 불씨는 <볼링 포 콜럼바인>(02)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2003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폭발했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시!” 또박또박 힘주어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린 마이클 무어. 화가 난 보수주의자들은 악의와 저주 섞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정말 힘들었다. 그냥 감사하다는 소감만 밝혔다면, 내 인생은 훨씬 순탄했을지도 모른다.” 명성과 위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마이클 무어는 이렇게 한탄한다. 하지만 이 대담한 혹은 정신 나간 영화감독은 다음 작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부시의 재선을 막겠다”는 명쾌한 목적의식을 갖고 출발한 <화씨 9/11>(04). 배급처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이 다큐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가 환영을 받는 건 모두가 부시를 싫어하기 때문이죠.”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화씨 9/11>의 쾌거는 대단했다. 영화는 흥행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보수 진영은 이 남자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클 무어란 이름은 어느새 골치 아픈 논쟁과 동의어가 돼버렸다.
시스템 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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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고발한 <식코>는 제작 전부터 ‘마이클 무어 효과'를 톡톡히 본 영화다. 이 말썽쟁이가 이윤에 눈먼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파헤친다는 소문이 돌자,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는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회사 ‘빅 파마’는 ‘마이클 경계령’을 내려 무어와 그의 스태프들을 감시하게 했다. 제약회사 ‘파이자’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마이클 무어가 지금 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야구 모자를 쓴 꾀죄죄한 사내를 보면 주의할 것”이라고 고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작 전부터 뜨거운 눈총을 받았던 영화는, 예상대로 첨예한 고발거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양념처럼 부시의 멍청한 뉴스릴이 지나가고, 클린턴과 힐러리까지 끼워 넣었지만, 특정 인물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식코>에서 무어가 궁극적으로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시스템, 즉 미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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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가 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99년이다. 당시 무어는 TV 쇼 <끔찍한 진실 The Awful Truth>을 찍고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장기 이식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보험회사와 싸우는 남자였다. 다행히 무어와 제작진은 이 남자를 살릴 수 있었다. 그때 무어는 생각했다. 앞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이런 환자들을 더 살릴 수 있겠다고,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파헤쳐 보자고. 하지만 때마침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어의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장됐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무어는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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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대략 5,000만 명 정도가 의료보험 수혜를 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날마다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실제로 18,000명 정도가 그렇게 죽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보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 얘기가 아니고, 의료보험을 든 2억5,000만 여러분을 위한 영화입니다.” HMO(민간의료보험조직)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미국.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하는 캐나다나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 돈 없는 환자들은 살 길이 없다. 돈이 없으면 상처가 아물기 전에 병원에서 쫓겨나야 한다. 보험회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하며, 예산의 25퍼센트 이상을 행정 절차에 낭비한다. 무어는 이렇게 이윤과 탐욕에 기반한 시스템이 환자들을 죽인다고 말한다. 그 뒤에는 부패한 기업과 보수 정권이 결탁하고 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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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고발한 <식코>는 제작 전부터 ‘마이클 무어 효과'를 톡톡히 본 영화다. 이 말썽쟁이가 이윤에 눈먼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파헤친다는 소문이 돌자,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는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회사 ‘빅 파마’는 ‘마이클 경계령’을 내려 무어와 그의 스태프들을 감시하게 했다. 제약회사 ‘파이자’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마이클 무어가 지금 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야구 모자를 쓴 꾀죄죄한 사내를 보면 주의할 것”이라고 고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작 전부터 뜨거운 눈총을 받았던 영화는, 예상대로 첨예한 고발거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양념처럼 부시의 멍청한 뉴스릴이 지나가고, 클린턴과 힐러리까지 끼워 넣었지만, 특정 인물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식코>에서 무어가 궁극적으로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시스템, 즉 미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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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가 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99년이다. 당시 무어는 TV 쇼 <끔찍한 진실 The Awful Truth>을 찍고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장기 이식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보험회사와 싸우는 남자였다. 다행히 무어와 제작진은 이 남자를 살릴 수 있었다. 그때 무어는 생각했다. 앞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이런 환자들을 더 살릴 수 있겠다고,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파헤쳐 보자고. 하지만 때마침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어의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장됐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무어는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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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대략 5,000만 명 정도가 의료보험 수혜를 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날마다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실제로 18,000명 정도가 그렇게 죽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보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 얘기가 아니고, 의료보험을 든 2억5,000만 여러분을 위한 영화입니다.” HMO(민간의료보험조직)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미국.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하는 캐나다나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 돈 없는 환자들은 살 길이 없다. 돈이 없으면 상처가 아물기 전에 병원에서 쫓겨나야 한다. 보험회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하며, 예산의 25퍼센트 이상을 행정 절차에 낭비한다. 무어는 이렇게 이윤과 탐욕에 기반한 시스템이 환자들을 죽인다고 말한다. 그 뒤에는 부패한 기업과 보수 정권이 결탁하고 있다면서.
깨달음의 로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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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에서 무어는 가짜 신분증으로 기업 본사에 침투한다거나 공권력을 골탕 먹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제너럴모터스의 로저 스미스 회장이나 전미총기협회의 대표인 찰턴 헤스턴이 등장할 리도 없다. 마이클 무어의 적은 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마이클 무어는 선동하고 설득하는 대신, 담담하게 사건을 관찰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130일에 걸쳐 찍은 500시간의 촬영 분량은 그가 얼마나 신중하고 참을성 있게 진실에 접근했는가를 증명해준다(<화씨 9/11>은 고작 38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인생의 황혼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부부, 치료비를 보장받지 못해 어린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 역시 같은 이유로 미망인이 된 아내….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메일로 수집된 25,000건의 사례들 중 몇몇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의료 시스템의 천국인 캐나다, 영국, 프랑스 그리고 쿠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 아프면 한밤중이라도 의사가 왕진을 하고, 국가에서 파견한 가사 도우미가 와서 집안 일을 도와주며, 병원에서는 누구라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오 마이 갓!” 게다가 미국에서 120달러였던 약이 쿠바에선 5센트다. 마이클 무어조차 이런 진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관객들과 함께 놀라고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로드 다큐멘터리’ <식코>는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인 동시에, 절망과 고통이 수반된 여정이다.
무어가 9·11 테러 당시 부상을 당한 소방관들을 이끌고 쿠바로 가는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테러의 전범들조차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완벽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마땅히 서비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미국 국민들은 여전히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무어는 쿠바행 선박의 선장이 되어 늠름하게 진두지휘하지만, 쇼맨십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그는 한 발 물러서서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눈물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나서기 좋아하는 무어가 철든 것이냐고? 글쎄…. 마이클 무어라는 인간이 성숙했다기보다, 그의 영화가 성숙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는 폭주기관차처럼 진실을 좇다가도, 브레이크를 걸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식코>는 무어의 영화답지 않게 웃음보다 눈물을 더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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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에서 무어는 가짜 신분증으로 기업 본사에 침투한다거나 공권력을 골탕 먹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제너럴모터스의 로저 스미스 회장이나 전미총기협회의 대표인 찰턴 헤스턴이 등장할 리도 없다. 마이클 무어의 적은 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마이클 무어는 선동하고 설득하는 대신, 담담하게 사건을 관찰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130일에 걸쳐 찍은 500시간의 촬영 분량은 그가 얼마나 신중하고 참을성 있게 진실에 접근했는가를 증명해준다(<화씨 9/11>은 고작 38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인생의 황혼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부부, 치료비를 보장받지 못해 어린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 역시 같은 이유로 미망인이 된 아내….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메일로 수집된 25,000건의 사례들 중 몇몇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의료 시스템의 천국인 캐나다, 영국, 프랑스 그리고 쿠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 아프면 한밤중이라도 의사가 왕진을 하고, 국가에서 파견한 가사 도우미가 와서 집안 일을 도와주며, 병원에서는 누구라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오 마이 갓!” 게다가 미국에서 120달러였던 약이 쿠바에선 5센트다. 마이클 무어조차 이런 진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관객들과 함께 놀라고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로드 다큐멘터리’ <식코>는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인 동시에, 절망과 고통이 수반된 여정이다.
무어가 9·11 테러 당시 부상을 당한 소방관들을 이끌고 쿠바로 가는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테러의 전범들조차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완벽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마땅히 서비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미국 국민들은 여전히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무어는 쿠바행 선박의 선장이 되어 늠름하게 진두지휘하지만, 쇼맨십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그는 한 발 물러서서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눈물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나서기 좋아하는 무어가 철든 것이냐고? 글쎄…. 마이클 무어라는 인간이 성숙했다기보다, 그의 영화가 성숙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는 폭주기관차처럼 진실을 좇다가도, 브레이크를 걸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식코>는 무어의 영화답지 않게 웃음보다 눈물을 더 많이 준다.
관객을 행동하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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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자 잭 매튜스는 마이클 무어를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관객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약속이 존재하는데, 그건 ‘사실’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그런 약속을 어겼다.” 조작 논란이 일었던 <로저와 나>, 일방적인 시각으로 치우친 <화씨 9/11> 등 전작에서 보여준 마이클 무어의 패턴을 기억한다면, <식코> 역시 100퍼센트 사실만 담았다고 보긴 어렵다. 무어가 그토록 유토피아로 묘사했던 캐나다나 영국, 프랑스에도 문제점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식코>에 딴지를 걸기 어려운 이유는, 특정 인물에 대한 막무가내 조롱이 사라진 대신 절박한 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그리고 <식코>의 현실은, 한국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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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영화에는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내 영화를 본 관객 중 5퍼센트만 행동으로 옮겨도 좋겠다”고 강조해왔던 무어는, 자신의 홈페이지(www.michaelmoore.com)에 <식코> 관객들을 위한 행동 지침을 적어놓았다. 지금 당장 컴퓨터 앞으로 가 키보드를 두드리라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피해 상황을 알리라고, 그리고 함께 연대하자고.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진보다. 그 진보를 마이클 무어의 카메라가 해낸 것이다. 카메라로 세상과 싸우는 다윗, 아니 이제는 골리앗이 된 남자. 그가 사기꾼이든 거짓말쟁이든,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이 21세기 신흥 교주의 교리를 더 이상 거부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교주님의 부흥회는 상당히 재미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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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자 잭 매튜스는 마이클 무어를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관객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약속이 존재하는데, 그건 ‘사실’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그런 약속을 어겼다.” 조작 논란이 일었던 <로저와 나>, 일방적인 시각으로 치우친 <화씨 9/11> 등 전작에서 보여준 마이클 무어의 패턴을 기억한다면, <식코> 역시 100퍼센트 사실만 담았다고 보긴 어렵다. 무어가 그토록 유토피아로 묘사했던 캐나다나 영국, 프랑스에도 문제점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식코>에 딴지를 걸기 어려운 이유는, 특정 인물에 대한 막무가내 조롱이 사라진 대신 절박한 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그리고 <식코>의 현실은, 한국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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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영화에는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내 영화를 본 관객 중 5퍼센트만 행동으로 옮겨도 좋겠다”고 강조해왔던 무어는, 자신의 홈페이지(www.michaelmoore.com)에 <식코> 관객들을 위한 행동 지침을 적어놓았다. 지금 당장 컴퓨터 앞으로 가 키보드를 두드리라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피해 상황을 알리라고, 그리고 함께 연대하자고.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진보다. 그 진보를 마이클 무어의 카메라가 해낸 것이다. 카메라로 세상과 싸우는 다윗, 아니 이제는 골리앗이 된 남자. 그가 사기꾼이든 거짓말쟁이든,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이 21세기 신흥 교주의 교리를 더 이상 거부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교주님의 부흥회는 상당히 재미있기까지 하다.
* 세상을 바꾼 12편의 다큐멘터리
티티커트 풍자극_1967
Titicut Follies | 프레드릭 와이즈먼 | 84분
<티티커트 풍자극>은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매사추세츠의 병원에 대한 기록이다. 이 영화는 미국영화 사상 유일하게 외설이나 폭력이나 체제 전복 등이 아닌 이유로 상영이 금지되었는데, 병원의 끔찍한 환경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 정부는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상영 금지령을 내렸다. 1991년, 24년 만에 영화는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티티커트 풍자극>은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매사추세츠의 병원에 대한 기록이다. 이 영화는 미국영화 사상 유일하게 외설이나 폭력이나 체제 전복 등이 아닌 이유로 상영이 금지되었는데, 병원의 끔찍한 환경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 정부는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상영 금지령을 내렸다. 1991년, 24년 만에 영화는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_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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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Hora de Los Hornos | 페르난도 E. 솔라나스, 옥타비아 게티노 | 260분
1966∼1967년의 라틴아메리카를 기록한 이 영화의 부제는 ‘신식민주의의 폭력과 해방에 관한 기록과 증거’.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3부작에 걸쳐 13개의 챕터로 나뉜 제국주의에 대한 보고서이며, 한 권의 두툼한 사회과학 서적이다. 뉴스 필름, 연설과 인터뷰 자료, 내레이션 등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상호 모순되는 상황을 충돌시켜 관객의 능동적 사고를 이끌어낸다.
1966∼1967년의 라틴아메리카를 기록한 이 영화의 부제는 ‘신식민주의의 폭력과 해방에 관한 기록과 증거’.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3부작에 걸쳐 13개의 챕터로 나뉜 제국주의에 대한 보고서이며, 한 권의 두툼한 사회과학 서적이다. 뉴스 필름, 연설과 인터뷰 자료, 내레이션 등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상호 모순되는 상황을 충돌시켜 관객의 능동적 사고를 이끌어낸다.
산리츠카 7부작_1968∼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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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理塚 | 오가와 신스케 | 754분
나리타 공항이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추방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산리츠카 부락의 사람들. 오가와 신스케는 그들과 함께 10년 동안 생활하고 또 함께 투쟁하며, 민중들의 투쟁 현장과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떠한 기교나 스타일보다, 다큐멘터리 ‘작가’의 ‘정신’이 빛나는 작품. 그의 작품은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이며 당시 일본 좌파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나리타 공항이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추방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산리츠카 부락의 사람들. 오가와 신스케는 그들과 함께 10년 동안 생활하고 또 함께 투쟁하며, 민중들의 투쟁 현장과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떠한 기교나 스타일보다, 다큐멘터리 ‘작가’의 ‘정신’이 빛나는 작품. 그의 작품은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이며 당시 일본 좌파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돼지의 해_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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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Year of the Pig | 에밀 드 안토니오 | 101분
1970년대 미국 다큐멘터리의 경향은 많은 자료화면과 인터뷰를 통한 과거의 재구성이었고, 그 시작은 바로 <돼지의 해>였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를 정면 반박하기 위해 수많은 뉴스 필름과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수집해, 급진적이면서도 신랄한 주장을 펼친다. 마이클 무어 영화의 선배격인 작품.
1970년대 미국 다큐멘터리의 경향은 많은 자료화면과 인터뷰를 통한 과거의 재구성이었고, 그 시작은 바로 <돼지의 해>였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를 정면 반박하기 위해 수많은 뉴스 필름과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수집해, 급진적이면서도 신랄한 주장을 펼친다. 마이클 무어 영화의 선배격인 작품.
우드스탁_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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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stock | 마이클 워들리 | 228분(디렉터스 컷)
1960년대 말부터 미국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흐름으로 부상한 록 다큐멘터리 신에서 <우드스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1969년 8월에 우드스탁에서 있었던 록 페스티벌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젊은이들의 히피 문화와 뮤지션들이 전하는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는데 특히 편집을 담당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놀라운 솜씨는 멀티 화면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스타일을 보여준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흐름으로 부상한 록 다큐멘터리 신에서 <우드스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1969년 8월에 우드스탁에서 있었던 록 페스티벌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젊은이들의 히피 문화와 뮤지션들이 전하는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는데 특히 편집을 담당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놀라운 솜씨는 멀티 화면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스타일을 보여준다.
슬픔과 동정_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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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hagrin et la Pitie | 마르셀 오퓔스 | 251분
이 영화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한 마을이 겪은 슬픈 역사를 담는다. 나치 부역자부터 노동자까지 60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한 오퓔스는, 영웅시되었던 역사의 위선을 벗긴다. 그 시기 프랑스는 ‘저항’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 프랑스의 치부를 드러낸 이 영화는 원래 방송용으로 4시간30분(2부작) 분량으로 편집되었지만 드골 정권은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영화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한 마을이 겪은 슬픈 역사를 담는다. 나치 부역자부터 노동자까지 60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한 오퓔스는, 영웅시되었던 역사의 위선을 벗긴다. 그 시기 프랑스는 ‘저항’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 프랑스의 치부를 드러낸 이 영화는 원래 방송용으로 4시간30분(2부작) 분량으로 편집되었지만 드골 정권은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칠레 전투_1973~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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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alla de Chile | 파트리시오 구즈만 | 302분
5년에 걸쳐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1972년 자유 선거에 의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한 칠레. 진보적 영화 청년들은 이 역사적 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한다. 하지만 반동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에 의해 아옌데는 살해되고 민중의 투쟁은 시작된다. 이 역사의 생생한 순간을 기록한 청년들은 쿠바로 망명해 5년 동안 3부작에 걸쳐 칠레의 가장 뜨거운 역사를 전한다. 그 엄혹한 시절을 담아낸 그들의 카메라엔, 진보에 대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
5년에 걸쳐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1972년 자유 선거에 의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한 칠레. 진보적 영화 청년들은 이 역사적 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한다. 하지만 반동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에 의해 아옌데는 살해되고 민중의 투쟁은 시작된다. 이 역사의 생생한 순간을 기록한 청년들은 쿠바로 망명해 5년 동안 3부작에 걸쳐 칠레의 가장 뜨거운 역사를 전한다. 그 엄혹한 시절을 담아낸 그들의 카메라엔, 진보에 대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
마음과 정신_1974
Hearts and Minds | 피터 데이비스 | 112분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선. 베트남의 입장에서 재조명한 전쟁. 1975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을 때 제작자 버트 슈나이더가 다소 과격한 수상 소감을 발표해, 밥 호프나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꼰대’들에게 비난을 듣기도 했다(코폴라만이 이 영화를 지지했다). 전쟁이라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이유와 휴머니티를 찾으려는 노력.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선. 베트남의 입장에서 재조명한 전쟁. 1975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을 때 제작자 버트 슈나이더가 다소 과격한 수상 소감을 발표해, 밥 호프나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꼰대’들에게 비난을 듣기도 했다(코폴라만이 이 영화를 지지했다). 전쟁이라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이유와 휴머니티를 찾으려는 노력.
할란 카운티_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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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an County | 바바라 코플 | 103분
두 번의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바바라 코플의 관심사는 ‘노동’이며 <할란 카운티>는 그의 대표작이다. 켄터키의 할란 카운티에 있는 석탄 탄광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저항을 그린 이 영화는, 파업을 둘러싸고 회사 경영진과 피켓 시위자와 동조자와 주동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미국 노조 운동의 역사를 밟아나간다. 결국 한 노동자가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죽게 되자, 회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두 번의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바바라 코플의 관심사는 ‘노동’이며 <할란 카운티>는 그의 대표작이다. 켄터키의 할란 카운티에 있는 석탄 탄광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저항을 그린 이 영화는, 파업을 둘러싸고 회사 경영진과 피켓 시위자와 동조자와 주동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미국 노조 운동의 역사를 밟아나간다. 결국 한 노동자가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죽게 되자, 회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가늘고 푸른 선_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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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in Blue Line | 에롤 모리스 | 103분
랜들 애덤스는 그날 밤 과연 어디에 있었던 걸까. 경찰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된 한 남자. 에롤 모리스는 그가 무죄라고 믿었고, 재연을 통해 그의 무죄를 밝혀낸다. 에롤 모리스 감독은 재연 화면과 필립 그래스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결합하고, 여기에 인터뷰를 덧붙여 진실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 형법 제도의 모순은 드러난다.
랜들 애덤스는 그날 밤 과연 어디에 있었던 걸까. 경찰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된 한 남자. 에롤 모리스는 그가 무죄라고 믿었고, 재연을 통해 그의 무죄를 밝혀낸다. 에롤 모리스 감독은 재연 화면과 필립 그래스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결합하고, 여기에 인터뷰를 덧붙여 진실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 형법 제도의 모순은 드러난다.
파나마 사기극_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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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nama Deception | 바바라 트렌트 | 91분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한다. 범죄자 노리에가(사실은 CIA 직원)를 체포하고 파나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한다는 미명이었으며, 하루 만에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불법 침략이었다. 여기서 바바라 트렌트 감독은 CNN을 포함한 미국 미디어의 조작과 거짓말을 폭로하고, 미국의 제3세계 대외 정책의 비열함을 드러낸다.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한다. 범죄자 노리에가(사실은 CIA 직원)를 체포하고 파나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한다는 미명이었으며, 하루 만에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불법 침략이었다. 여기서 바바라 트렌트 감독은 CNN을 포함한 미국 미디어의 조작과 거짓말을 폭로하고, 미국의 제3세계 대외 정책의 비열함을 드러낸다.
불편한 진실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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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convenient Truth | 데이비스 구겐하임 | 100분
오랜 기간 동안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앨 고어는 이 영화에서 정치인이 아닌 한 명의 ‘책임감 있는 지구인’으로서, 우리의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폭로되는, 반지구적이며 야만적인 정책들. 여기서 고어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이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실천하자고 호소한다.
오랜 기간 동안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앨 고어는 이 영화에서 정치인이 아닌 한 명의 ‘책임감 있는 지구인’으로서, 우리의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폭로되는, 반지구적이며 야만적인 정책들. 여기서 고어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이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실천하자고 호소한다.